(한주원 & 이동식: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서 Part 1)

 

※ 이 글은 심리학자인 러시아 팬이 작성한 리뷰의 번역본입니다. (Thanks to kseniyagreen for writing such a wonderful review.)

 

첫 만남부터 동식과 주원은 서로를 특별한 관심으로 바라볼 이유가 있었다.
 
주원의 관심은 분명하다. 동식은 용의자고, 그는 동식 때문에 만양에 왔다. 주원이 그토록 의심에 사로잡혀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다소 불분명할 수 있다. 물론 어느 정도는 논리가 있다. 동식이 이미 유력 용의자였다는 사실, 그리고 이금화의 메시지와 실종. 모든 선이 동식을 향해서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또한 의식에서 분리된 감정의 징후이기도 하다. 가족을 죽이고 처벌받지 않은 살인마에 대한 생각은 그것이 근본적으로는 그의 가족에게 일어난 일이기도 하기에 주원을 크게 자극한다. 그의 아버지는 그의 어머니를 파괴하고도 처벌받지 않았고,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는 평판까지 얻었다. 그리고 그것은 어딘가 깊은 곳에서 주원을 끓어오르게 하고, 비슷한 사건에 매달리게끔 했다.

 

동식은 주원을 처음 봤지만, 그가 특별한 태도를 취한 데에는 역시 이유가 있었다. 그는 주원이 한기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20년 전 사건의 진실을 밝히지 않고, 수사 종결시켜버린 사람. 그 일은 한기환의 화려한 커리어를 막지 못했다. 아마도 한기환은 동식이 한때 기대했지만, 결국 실망하게 된 법을 어느 정도 의인화한 캐릭터인 듯하다.
 

* 주원은 젊은 이동식의 사진을 화이트보드에 붙여놨고, 동식은 한기환의 사진이 담긴 신문 기사를 오려서 벽에 붙여두었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편견이 힘든 감정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그들이 바라보고 이해한 상대방은 아마도 그보다 더 짜증 나는 존재였을 것이다. 서로가 한때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가치 없다고 판단해버린 꿈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극도로 실망스럽고 일그러진 형태로 보여준다.

 

동식이 꿈꾸는 것은 법과 정의, 더 포괄적으로는 적절하고 조화롭게 정돈된 세상이다. 여기서는 법이 무력하다고 판단한 어느 시점에 꺾여버린 꿈. 그리고 주원이 위에서 보낸 천사처럼 나타난다. 그러나 그 천사는 어쩐지 흠이 있고, 오만하고, 양심에 어긋나는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아집을 부린다.

 

* 주원이 동식에게 있어서 법을 상징한다는 아이디어를 준 리뷰: '괴물'은 법과 정의가 피해자들을 구원하는 이야기다


주원이 꿈꾸는 것은 따뜻한 손길, 안전하고 즐거운 관계다. 자유롭고 활기찬 삶에 대한 꿈. 자신은 그럴 자격이 없고, 그러려면 너무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거라는 생각에 포기해버린 꿈 말이다. 아마도 주원은 어린 시절에 그의 아버지와는 달리 누군가를 돌보며 사랑하고, 그의 어머니와는 달리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동식 같은 사람을 한 번 이상 꿈꿨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런 사람이 그의 앞에 있다. 하지만 그는 살인 용의자이고, 악마처럼 웃고, 그의 눈에 있던 삶에 대한 사랑은 극도의 피로로 거의 대체되었다.
 
타인에게서 자신의 억압된 부분을 보는 것은 흥분되면서도 심란한 일이다.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하고, 공황 발작으로 고통받았던 어머니를 둔 주원이 "또라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라고 말하는 건 흥미로운 순간이다. 주원의 과거 장면에서 그의 아버지는 "너와 내 인생은 이제 완벽해질 거야."라고 마치 아들을 위한 큰 계획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주원을 곧 영국으로 보내버릴 사람이 하는 말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제 추측의 영역으로 들어가 보자. 내가 볼 때 그의 공황 발작은 결코 처음이 아니었고, 아마도 소년 시절의 어려운 심리 상태 때문에 '이상적인' 삶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 주원은 20년 동안 자신의 아픔, 감정, 연약한 부분을 봉인해둘 수 있었다. 그러나 동식을 만나자마자 이 모든 인위적인 내부 질서는 무너져내리기 시작한다.

 

"우리 한경위님이 이금화씨를 사지로 내몰아서 죽였잖아." 동식은 본인도 파트너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느끼면서 주원에게 이렇게 말한다. 동식은 남상배의 가혹한 구타를 용서했고, 정제에게 비밀이 있는 걸 알면서도 그를 압박하지 않았다. 이렇듯 다른 사람들한테 매우 이타적인 동식이 갑자기 한주원을 아주 무자비하게 도발한다. 그가 낯선 이라서? 아니면 그의 외로움과 높은 목적으로 의심스러운 수단을 정당화하고 자신을 법 위에 두려는 유혹이 어딘가 고통스럽게도 가깝게 느껴져서? 나는 둘 다라고 생각한다. 타인에게 있는 낯선 것과 익숙한 것의 조합은 필연적으로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흥미롭게도 주인공들이 초반에 나눈 대화 중 하나는 관계에서의 사리사욕 추구에 관한 것이었다. 주원은 모두가 그에게서 뭔가를 원하기 때문에 친구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동식이 약간 비꼬듯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쉬운가? 아니, 하나같이 바라고 다가온다는 게..."
 
이용하는 것과 이기심 없는 애착의 차이는 무엇일까? 거의 모든 관계는 타인에게서 우리에게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것에 끌리면서 시작된다. 문제는 우리가 이 특정한 니즈를 넘어서 그 사람의 온전한 인격을 보게 될지 여부이다.
 
 
1. 이용

 

동식과 주원의 관계도 상호 간의 이용으로 시작된다. 동식은 주원을 자신의 전쟁을 위한 무기로 이용한다. 주원의 집착(+인맥)을 이용해서 사건을 키우고, 이목을 끌고, 궁극적으로는 괴물을 굴 밖으로 유인한다. 그리고 주원은 때때로 동식의 기대를 훨씬 더 뛰어넘으며 그를 기분 좋게 놀래키기도 한다.
 
주원은 자기도 모르게 동식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자신의 억눌린 감정을 표출한다. 아버지 앞에서 짙게 드리워지는 불안감. 어머니에 대한 고통과 분노. 그리고 동식은 이런 감정들을 견뎌낼 수 있다. 그는 쏘아붙이면 똑같이 쏘아붙이고, 물어뜯으면 똑같이 물어뜯지만, 뿌리치지도, 무시하지도, 관계를 끊어내지도 않는다.
 
 
2. 지지
 
결국 두 사람 모두 첫 번째 테스트를 통과하고 서로에게 그저 도구가 아닌 지원군이 되어줄 힘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낸다. 이런 지지의 느낌은 제스처에서도 분명하게 보인다. 주원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공격성과 희망을 동시에 품은 것처럼 말 그대로 동식에게 매달린다.

 

그리고 동식은 주원을 보자마자 마침내 집에 돌아와 갑옷을 벗어 던질 준비가 된 사람처럼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숨을 내쉬며 벽에 기댄다.

 

누군가의 지지를 받을 때 우리는 과거를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두 주인공은 사점(dead point)을 지나서 치유의 길로 들어선다.
 
 
3. 치유
 
일반적으로 트라우마 치료는 트라우마적 경험을 재현해서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행해진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해준 것이다. 그들은 서로를 두려움의 경계로 이끌지만, 끝내 무너지게 두지 않는다.
 
주원과 동식의 트라우마는 꼭 맞는 퍼즐 조각처럼 짝을 이룬다. 그렇기에 각자의 길을 걸어가다가 서로에게 귀결된다.
 
주원은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거부하고, 어머니에 관한 모든 것을 잊고자 노력했다. 담쟁이덩굴처럼 관계에 얽혀 있는 동식은 사실상 지하 묘지가 되어버린 집에서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여동생 사건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지만, 모두가 침묵하는 도시에서 말이다. 영원히 주원에게 닿지 않을 엄마의 손가락.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로 남아서 동식을 붙잡고 있는 여동생의 손가락. 한 사람은 타인의 손을 잡을 수가 없고, 다른 한 사람은 잡힌 손을 뿌리칠 수가 없다. 하나의 재앙에서 비롯된 두 개의 극단적 상황.
 
냉정하고 때로는 잔인할 정도로 직설적인 주원은 동식이 유연의 사체를 발견하고 마침내 이 유령 같은 손을 놓아줄 수 있도록 돕는다. 정제와 고통스러운 대화를 하게끔 유도하고, 결국엔 동식에게 여동생을 죽인 살인범을 체포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동식에게 끝이란 여동생 사건의 종결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동식에게 그는 '놓아줄' 수 있었던 사람이고, 믿음을 저버리지도, 죽지도 않고 돌아와 준 파트너이자 이미 소중한 사람이다. 그는 동식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그의 짐을 대신 짊어지기 위해 대좌에서 내려온 오만한 '천사'다. 그는 정말 믿을 수 있는 법의 현신이다. 그리고 이 믿음은 동식을 법의 테두리 안으로 돌려보내고, 그가 거의 잃을뻔했던 인간상을 그에게 되돌려준다.

 

주원에게 끝이란 그의 어머니에게 벌어진 일을 끝내 온전하게 깨닫는 것이었다. 그는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고 아버지를 정죄할 기회, 불의와 광기로부터 타인을 구할 수 있는 강한 힘을 느낄 기회, 나약하고 연약한 모습을 보이고 나이 든 사람으로부터 따뜻한 보살핌을 받을 기회를 갖게 된다.

 

동식에 대한 애정과 연민은 주원에게 두려움과 직면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더러운' 현실 세계, 내면의 지옥으로 내려가는 것 말이다. 그에게는 자살한 어머니의 아들로서 가진 유전적 특징이 언젠가 자신을 막다른 길로 내몰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고, 그래서 그의 어머니와 비슷하게 이런 감정들을 외면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1회부터 그는 위험을 향해 나아가는 자살 성향을 보인다. 동식은 주원이 돌풍을 피하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렸었다. 높은 곳에서 '지옥'으로 몸을 던지는 것은 주원이 무의식적으로 향해가던, 그가 기다린 엔딩이었다. 그러나 엄마의 상황과는 달리, 주원에게는 그 추락에서 그를 안전하게 잡아줄 한 남자가 있었다.
 
 
4. 친밀감

 

그리고 이러한 모든 과정을 통해 주인공들 사이에는 특정한 니즈를 넘어서는 더 깊은 관계가 형성된다. 주원의 가족은 그에게 관계에 대한 불신을 최대한으로 심어주었다. 그러나 만양은 주원에게 인간관계의 다른 면을 보여준다. 심지어 주원이 이금화에게 보여준 사진마저도 따뜻하고, 즐겁고, 뭔가 마법 같은 빛이 감싸고, 약간 흐릿한 꿈처럼 보인다.

 

아마도 이 이미지는 주원이 자기도 모르게 만양에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이곳에서 그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사과하고, 도움을 청하고 받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주원이 다른 만양 사람들과는 약간의 거리감을 유지했다면, 동식과의 관계에서는 그 거리감이 거의 즉시 사라진다. 주원은 동식과의 사이에서 경계를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동식의 개인 바운더리를 마치 자기 것처럼 느끼는 것 같다. 그리고 그는 그들을 무너뜨리려는 모든 이들 앞에 만만치 않은 장애물로 성장한다.

 

이렇게 끊어지지 않는 투명한 실로 연결된 것처럼 두 사람이 함께한다는 느낌은 서로의 제스처를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는 방식, 상대방이 무엇을 발견하고 어떻게 이해할지 정확히 알고서 '카메라'에 메시지를 남기는 방식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들은 점점 소통을 위한 그들만의 언어를 발전시킨다. 때때로 그것은 거의 유혹과도 같다.

 

그것은 어쩔 땐 싸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모든 사소한 대화는 서로 간의 연결을 확인하는 암호와도 같다. 동식이 똥 이야기를 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주원의 정색하는 반응은 쑥스러움을 감추기 위한 방식일 뿐만 아니라 그들만의 암호이기도 했다. 그것은 그들이 다르지만 함께라는 사실을 또다시 상기시켜준다. 그들은 눈빛만으로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어서 종종 말조차 필요로 하지 않지만 말이다.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만 봐도 이 관계가 두 사람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다.

 

그들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에서 그저 함께 있을 때 진정으로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에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흥미로워하고, 연민하고, 존경하는 다른 사람의 시선 아래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점진적인 삶에 대한 각성은 배우들에 의해 완벽하게 구현된다. 그리고 이건 아마도 내가 드라마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다. 동식과 주원은 서로를 통해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지만, 똑같아지지는 않는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된다. 타고난 본질 그대로의 당신을 누군가가 필요로 할 때,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표현 아닐까. 그들은 서로 다르지만, 동시에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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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제: 사슴의 울음소리를 듣는 자)